이승호
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오셨다
생떼를 부리고 간 아들을 위해
도시락을 들고 십 리 먼길을 걸어오셨다
밭일을 하다 오셨는지 머리수건을 쓴 어머니는
더없이 촌스러워보였다
“여긴 왜 와, 창피하게”
어머니는 말없이 도시락을 쥐여 주고
발길을 돌려 가셨다
열다섯 살, 철봉대가 뜨끈한 날이었다
그 뒤로 어머니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
나는 그날의 잘못을 빌지 못했다
아들의 마음이 이제 이렇게 아픈데
어머니는 얼마나 서글피 울며 가셨을까
어머니는 가끔 내 꿈속으로 찾아오신다
어머니, 저는 시를 쓰고 있어요
그래그래, 어머니는 연신 맞장구만 하신다
매번 꿈속에서 나는 차마 그 말을 꺼내지 못한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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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길순 시사랑 블로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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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사합니다